사장님, 전 공부하려고 온 게 아니에요.
노들역을 나서자마자 보이는 고시원. 일단 역까지 단 1분이면 걸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한 이점이 있었다.
이 정도라면 밤새 뭘 하고 늦잠을 자더라도 어딜 나가는 데는 전혀 걱정이 없겠지.
들어선 상가가 그렇게 많지 않아 아담한 빌딩의 3층에 위치한 이 고시원은 엘레베이터가 없더라도 큰 불편함은 없었다.
입구 특유의 기괴한 분위기, 을씨년스러운 분위기, 아직도 산 거미줄이 있을 것만 같은 그런 폐쇄적인 느낌도 전혀 없다.
아, 이 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구나... 하는 느낌이 자연스레 들었다. 이 곳은 좀 아니려나, 하는 생각은 잠시면 사라졌다.
도어락으로 잠겨있는 문 앞에서 나는 사장님께 전화를 드렸다.
- 어제 방 보고싶다고 연락드렸었던 사람입니다. 지금 시간에 맞게 도착했습니다. 혹시 안에 계실까요.
- 아~. 그럼요. 문 열어드리겠습니다. 반갑습니다.
30초도 안되는 짧은 대화 속에서 많은 걸 느낄 수 있다. 사람의 목소리, 그리고 따스한 톤 속에서 말이다. 꼭 외적으로 보이는 그 인상의 차원을 넘어서서 전해지는 서글서글함이 있다. 이 사장님은 확실히 사뭇 달랐다. 불친절한 말투, 귀찮다는 행동, 그리고 콧잔등까지 내려올 듯한 짙은 다크서클이 드리워 진 모습은 없었고 그냥 한 가정의 평범한 아버지같은 모습이었다.
실제로 오랜 회사 생활을 정리하신 뒤, 고시원을 차리셨다고 한다. 구김살 없는 인상이 어디선가 뵌 듯한 이웃집 아저씨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니, 초면인데도 너무 정이 들었나. 어쨌든 첫인상의 중요성은 부정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곳에 비하면 이 고시원은 제법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각자마다 생각하는 이상적인 방은 다를 테니, 꼭 여러 방을 둘러보고 정하도록 하자.
다만, 그런 따스한 인상과 제법 괜찮은 복도의 풍경과는 다르게, 방의 모습은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작았다.
통일감 없는 저 벽지는 뭐고..., 저 말도 안되는 창문 크기는 무엇이고... 아무래도 사진은 광각으로 찍히다보니 자연스레 커 보일 수 밖에.
나는 덩치가 큰 편이 아니다. 평균 신장을 한창 밑도는 대한민국의 남성. 이런 데서 지낼 수 있을까? 정말?
옷은 어떻게 담고, 공부는 또 어떻게 하고... 컴퓨터는 놓을 수 있나... (후술하겠지만 안될 건 없다.)
- 사장님, 잠깐 여기 누워봐도 괜찮을까요?
그렇게 좋은 집은 아니라 하더라도, 발 뻗고 편하게 누울 수 있는 안락한 침대가 있고, 따스한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파주 본가가 갑자기 그리워졌다. 엄마가 보고싶네... 다만 그냥 잠깐뿐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또 도망쳐 나올 수는 없지 않은가. 나는 5평도 안되는 4인 기숙사에서도 살아봤단 말이야, 이 곳이라고 못할 건 없다. 엄마라면 좀 걱정을 하시겠지만, 그래도 나도 다 큰 성인이니 이런 데 쯤이야 잘 지내볼 수 있겠다, 하는 오만한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1인실인데!
나는 쓸데없이 긍정이 과할 때가 있다. 1인 기숙사라 생각하면 제법 나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침대가 잠깐 삐걱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내 몸에 딱 맞고, 침구도 갖춰져있고... 청소가 좀 필요하겠다만,
다만 심각한 문제는 창문의 상태이다.
첩보 영화보면 꼭 저만큼의 공간에서 어떻게든 탈출을 하던데.
고시원에서 지낸지 이제 1달이 지났지만, 이 창문만큼은 아직도 골칫덩어리이다. 환기가 되는 둥 마는 둥 하며, 일단 역에서 1분 거리밖에 안되는 대로변에 있으니 밤새 배달 오토바이는 뭘 그리 많이 지나가는지, 쉴 새 없이 뛰뛰빵빵을 들을 수 있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지원하는 이어폰이 있다면 포근함을 느끼며 음악 감상을 즐길 수 있지만, 이어폰을 벗어던지는 순간 삼라만상의 소음을 몸소 느낄 수 있다. 내가 소리에 이렇게 예민했던가. 창문을 닫으면 제법 괜찮다.
내 방 앞에는 이렇게, 요긴하게 배를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티백들도 한 가득 있다. 사람들이 좀처럼 이용하지 않는 것 같아 내가 잘 이용하고 있다. 사장님이 이상하게 여기시지는 않겠지.
홈페이지에 있는 홍보용 사진과는 조금은 다르지만, 그것은 벽지때문인 것 같다. 그런 것을 제외하고 본다면 제법 괜찮다.
여기에 좀 더 공을 들여서 무언가를 꾸밀 욕심까지는 없다... 잠깐 거쳐가게 될 방일 확률이 높으니까.
다만 짧은 시간이라 하더라도 그나마 깔끔하게 지낼 필요는 있지 않을까.
이런 곳일 수록 공간 분리가 더욱이 중요하다. 침대야 원래 저 곳에 있으니 저 곳에 두고, 노트북은 어디에 둘 것이며, 세면도구는 어디에,
간단한 스킨 케어 용품은 어디에 둘 것인지, 등등... 다행히 여기는 수납할 공간이 제법 있는 편이다.
옷장은 이렇게 생겼다. 그렇게 넓지는 않아서 계절마다 옷을 좀 본가에서 가져오거나, 그런 식으로 해야할 것 같다...
아, 옷이 많은 사람이면 이런 곳도 약간 곤란할 수도 있다. 작은 행거를 활용해서 옷을 걸어도 되겠지만 그것도 부족할 수 있다.
얇은 옷은 저기에 두고, 좀 두꺼운 외투는 바깥에 두기로 했다.
미관상 그렇게 완벽한 모습은 아니지만, 어쨌든 정리를 못할 것도 없는 공간이었다.
여기는 주방. 간단한 주방 가재도구와 그릇, 냄비 등이 있으며, 설거지도 당연 가능하다. 웬만한 원룸보다는 주방의 컨디션은 훨 낫다.
여기는 인덕션이 있다! 이웃방에 계신 한 아저씨분은 매일 저녁 여기서 요리를 하시곤 하는데, 난 그렇게까지는 못하겠다. 대단하시다.
게다가 아래의 김치냉장고에는 김치들이 있는데, 혹시 좀 모두가 쓰는 공간이라 위생에 예민한 사람이라면 안 먹는걸 추천...
위에는 라면도 채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한 번에 하나씩만 먹는 것이 양심에 찔리지 않는 일.
라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것도 소소한 메리트가 될 수 있겠다.
밥도 전부 무료이다.
아 정수기도! 물값도 꽤 적지 않을텐데, 이런게 전부 무료이다.
고시원의 쥐어짜낸 장점(?)들이 이 주방에 집대성되어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요즘같이 엥겔 지수 미쳐가는 시대에선...
전기, 난방, 냉방 등 일체 비용이 전혀 들지 않으며, 자잘한 생활비에서 돈을 아낄 수 있다는 점이 있다.
(보통 자취를 하면 생수를 사 먹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
같은 가격이라면 통돌이 세탁기가 훨 가성비가 좋다. 여기도 당연히 통돌이인데, 요즘은 드럼 세탁기가 보급이 잘 되어있어 이런 통돌이가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동작 방법이 전혀 어렵지는 않으니까...
다만 문제점이 있다면, 모두가 공용으로 쓰다보니 다른 사람이 세탁을 끝내고 한참 뒤에도 수거해가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에는 내가 세탁을 하고싶다면 민망하게도 다른 사람의 세탁물을 옆 바구니에 직접 옮겨줘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다. 나도 하고싶어서 하는거 아니다...
복도 사진에 건조대가 있는데, 보통 거기서 빨래를 말리면 된다. 개노답 인성이 있지는 않은 이상 서로 옷을 훔쳐가고, 이런 일은 좀처럼 없으니 너무 걱정은 안해도 되겠다. 정 걱정되면 누가 가져갈 것 같은 옷은 자기 방 옷걸이에 걸고 창가에 두어도 괜찮을 듯. 또 건조대가 공교롭게도 모두 꽉차있을 수도 있으니까, 건조대가 좀 널널하게 비어있다 싶으면 빨래는 미루지 말고 바로 하도록 하자.
화장실 컨디션에 예민한 사람이라면 역시 이 화장실도 큰 단점이 될 수 있다.
일단 저 변기의 상태. 변기의 옆부분이 벽면에 맞닿아있어 허벅지를 측면으로 살짝 돌려줘야 앉기 편안하다.
즉 흔히 말하는 그 쩍벌 자세로 배변 활동을 할 수 없다는 곤란한 점이 일단 발생한다.
나는 식당을 방문할 때 화장실의 컨디션도 평점 요소에 반영할 정도로 아름다운 화장실 문화(중요하다)를 중시하는 편인데, 이 곳은 오래된 배수관으로 인해 악취가 어떻게 잡히질 않는다. 직접 청소 도구를 사서 해결을 해보았지만 이것으로도 답이 없었고, 결국 방향제로 타협을 보았다. 스틱을 다섯개나 꽂았는데도 그 악취는 쉽게 잡히질 않는다. 오죽하면 마스크를 쓰고 들어갔는데도 헛구역질을 할 정도.
화장실 냄새는 집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악취 중 탑급(...)을 자랑하므로, 혹시 이런 것을 중시한다면 꼭 체크해보고, 수압도 따져보자.
변기 물 한번쯤 내려보는건 국룰이다. 화장실에 관해서는 할 말이 좀 많은데, 속편을 쓰게 된다면 거기서 다뤄보리라...
'고시원에 있는 사람도 노숙자로 봐야'…유엔 '주거권' 전문가 조언
이상으로 고시원에 있는 기본적인 시설들에 대해서는 다 알아보았다. 사실 이 정도도 고시원 중에서는 그나마 낫다고 생각한다.
1편에서 소개한 정말 '막장'과도 같은 (탄광 갱도의 끝을 의미한다. 원래는...) 벌집촌도 있고, 이름은 고시텔이지만 이전의 그 편견을 벗어던지기 위해 '리빙텔' '원룸텔' 등으로 이름을 바꾸는 경향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오히려 이런 경우 방 상태를 잘 체크하자.)
고시원 자체가 평형으로 따지자면 UN 기준상 '주거 난민'에 해당할 정도로 넓은 공간이 아니긴 하지만, 적어도 주방, 화장실 등의 면적까지 합한다면 비좁은 원룸에는 준할 수도 있다고 ... 본다. 그만큼 서울에는 주거 환경이 열악한 곳이 많다는 것이다.
이 돈이면 경기도에서 떵떵거리고 살 텐데... 사실 어쩔 수 없이 사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나도 생활비 아껴보겠다고 온 것이고. 슬프게도 계산기를 좀 두드려보면 전세보증금 대출로 생기는 원리금 상환 이자와, 이런저런 생활비, 복비, 물품 비용 등을 합해서 1개월로 계산해보면 고시원 비용과 큰 차이가 안 날 수도 있다. 전세 대출이 잘 나오는 집을 찾기도 어려울 뿐더러, 어느 정도의 목돈이 없다면 전세로 방을 구하는 것도 굉장한 스트레스이다. (게다가 요즘 유행하는 전세보증금 날튀 사기도 우려가 된다.)
오히려 내 생각에는,
생활 타입에 크게 어긋나지만 않으면, 고시원 생활이 당장으로서는 사회의 밑바닥이 아니라 돈을 모으기 위한 존버 과정으로 볼 수도 있겠다.
고시원을 구할 때, 고려해보면 좋을 사항들 및 장단점
- 전세보증금이 어느정도 있거나, 전세보증금대출을 받을 수 있다면 이 쪽이 훨씬 경제적이다. 중요!
보통 사회초년생이라면 어느 정도 모아놓은 돈이 없는 경우가 당연히 많을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중소기업청년대출 등 여러가지 제도가 있는데, 이런 것을 이용하여 80%, 운이 좋으면 100%까지 보증금을 최대 1억까지 받을 수 있다. 심지어 이자도 1.5%밖에 안된다. 원리금을 따져도 1억을 전부 당기더라도 1년에 150밖에 안되고, 다달이 갚는 것도 20만원도 안된다. 고시원의 최소 값이 25, 30인 시대... 서울이면 그보다 더 높은 시대에서 전세보증금을 이렇게 마련할 수 있다면 당연히 이 쪽이 더 돈 모으는 데에는 낫다.
다만 임시로 거처를 잡아야 하는 경우, 잠시 수습 기간을 거쳐야 되는 불투명한 경우, 혹은 발품을 파는 게 시간상 어려운 경우에는 고시원을 아쉽더라도 선택하게 된다. 나 역시도 추후 형편이 바뀐다면 바로 대출을 알아보려고 한다. - 소방 시설이 잘 갖춰져있는지?
스프링클러는 웬만하면 다 있다. 고시원은 특히 소방서에서도 수시로 점검을 나올 만큼 더 이상 예전처럼 화재 참사를 볼 일은 없어졌지만, 여전히 양심 팔아먹은 노후 고시원도 있으니 잘 체크하자. - 집돌이, 집순이여도 활발한 집돌집순이가 있는 것처럼 유형이 전부 다 다르다.
나는 집돌이지만, 바깥 산책과 혼자서 즐길 수 있는 야외 활동을 굉장히 중시한다. 공원 산책 등등... 이런 경우에는 고시원과 같이 비좁은 공간에서 오래 지내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고시원은 최소한 잠만 자고 씻는 공간으로만 활용하고 있다. - 사장님께 방에 지내시는 분들의 유형을 꼭 여쭤보자. 중요!
노량진이라 하면 대부분 수험생들이 많을 것이다. 한편 건설 현장이 인근에 있는 지역이라면, 고시원에는 건설 계통에 종사하는 인부들이 많을 것이다. 또한 대학가 근처라면 학생들이 많을 것이다. 외국인이 많은 지역이라면 당연히 외국인이 많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주거민 역시 그 지역의 특색을 반영한다. 혹시 자신이 비슷한 유형의 사람이라면 같이 동화되어서 지낼 수 있지만 (마주하는 일이 없더라도 대체로 생활상이 비슷하다.) 소음, 혹은 기타 사소한 습관 등에 예민하거나, 이웃 방에는 주로 어떤 분이 지내는지 사장님께 여쭤보고 판단하자. 잘 알려주신다. (알려주지 않는다면 그런 고시원은 거르자...) -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이 고시원의 장단점을 단도직입적으로 여쭤보자.
나의 경우 사장님께 솔직하게 여쭤보았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을 것이다. 세탁기를 사용할 때 사용 시간은 겹치지 않는지, 화장실 이용 패턴은 다들 어떠한지 (씻어야 할 때 다른 사람이 사용하면 곤란하므로), 소음은 잘 차단되는지 등등... 사장님께서 친절하게 알려주신 편이었지만, 질문을 할 때에는 어느정도 돌려 여쭤보는 것도 스킬일 것 같다. 부동산에 방문해 직접 방 하나하나 체크하고 중개인 분께 여쭤보듯, 세입자로서 당연히 방의 상태는 어떠한지 여쭤보고 체크할 수 있는건 전부 체크하자. - 수험생이라면...
수험생이라 하더라도, 요즘같이 인터넷 강의가 활성화되어있는 시대라면 특별히 실기시험을 준비하거나 현장 강의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타지에 멀리 올라와 고시원을 전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워낙에 스터디 카페 등이 활성화 되어있는 시대이며, 아무리 값싼 고시원이라 하더라도 이런 곳에서 지내는 것은 생활비가 적지 않게 들어간다. (가계부 컨텐츠도 해볼까...?), 나는 딱히 누굴 만나면서 지내는 것은 아니지만 서울이라 하더라도 이것저것 소모하다보면 숨만 쉬어도 방세, 기타 생활비를 포함해서 다달이 70-80은 나갈 수도 있다. (이것도 최대한 낮게 잡은 것이다.) 여기에 학원비까지 더하면 부모님게 적잖이 부담을 드리게 될 것이다. 혹시 정말 공부에만 집중하고 싶다면, 스터디 카페를 알아보는 것도 추천한다. - 너무 값싼 지역만 찾을 필요는 없다.
건물과 인테리어도 수명이 있듯이, 요즘은 노후 고시원도 다시 리모델링을 통해 깔~끔하게 잘 바뀌고 있는 추세이다. 물론 번듯한 아파트, 오피스텔, 혹은 원룸에 비하면 초라하고 부족한 것도 많지만, 제법 지낼만한 곳도 발품을 팔면 분명 있다. 나 역시도 인근에 괜찮아 보이는 고시원을 발견하여 언젠가 또 거주지를 옮길 지도 모르겠다. 너무 싼 지역만 찾는다면 그만큼의 값어치를 하는 방을 찾을 것이고, 단 몇 만원만 좀 더 들이더라도 훨씬 쾌적한 상태의 방을 구할 수도 있다. 엄연히 하루 중 적지 않은 시간을 방에서 지내게 되는 만큼, 자신이 지낼 공간에 대해서는 약간의 투자가 더 필요할 수도 있다. 장기적인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방 내부에 화장실이 있는 경우가 꼭 좋은건 아니다. 중요!
화장실 특유의 냄새, 습기, 비좁아지는 공간 등을 생각하면, 크게 다른 사람이 생활해도 예민하지 않다면 공용 화장실이 훨씬 나은 선택이다. 청소도 사장님께서 해주신다. (다만 내가 씻어야할 시간에 다른 사람이 쓰고 있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 외창! 외창은 필수!
자신이 아무리 어둠의 자식이라 하더라도, 약간의 빛은 필요한 법이다. 또한 환기를 위해서라도 적절한 창문은 필요하다. 나 역시 창문의 크기 때문에 다른 방을 고려하고 있다... - 소음을 거꾸로 하면... 난가...?
생활 소음은 타인이 발생시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지, 보통 자신이 발생시키는 경우에 대해서 생각하는 경우는 없다. 그렇지만 이건 정말 중요한 문제이다. 다른 사람도 똑같이 나로 인해 고통받을 수 있다. 발소리가 커서 복도에서 쿵쾅 소리를 내지는 않는지, 다 자고 있는 시간에 방에서 헤어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고 있지는 않은지, 이어폰을 못 껴서 매번 소리를 크게 틀고 동영상을 시청하지는 않는지, 그 좁은 공간에 친구를 불러오지는 않는지... 사람을 잘 만난다면 너무 다행이지만, 이 세상 속엔 다양한 빌런들이 있다. 근데 그 빌런이 당신일 수도 있다.
고시원 자취, 이런 사람에게 추천합니다.
- 목돈이 없어 보증금을 당장 조달하기 어려운 상태일 때, 임시 거처로 지낼만한 곳
- 임시 일자리를 구하게 되어, 1년-2년 단위로 방 계약을 하기엔 부담스러운 분
- 소음에 크게 예민하지 않은 분
- 체구가 작은 분
- 자신이 생활 소음을 크게 발생시키지 않고 조용히 사는 경우
- 주로 바깥 활동이 많은 경우 (고시원이 내부에서 무얼 하기에는 어렵다. 공부도.)
- 정말 잠만 자면서 지내고 싶은 경우
- 월세 관리비가 너무 아까운 경우. 여기서는 관리비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 요리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는 사람. 밥과 김치 등이 전부 무제한.
(때에 따라 계란도 무제한인 곳이 있긴 한데 요즘 물가 생각하면 없을듯...)
- 청소가 매우 귀찮은 사람 (분리수거 등등 잡무를 다 처리해주시는 사장님!)
고시원 자취, 이런 사람에겐 비추천합니다.
- 이미 목돈이 마련되어 있어 전세방을 구할 수 있는 경우 (대신 전세보증금반환보험 꼭 들자)
- 생활 소음에 예민한 경우. 옆 방의 재채기 소리, 방구 소리(...)도 들을 수 있다.
- 시험 준비생. 요즘은 스터디 카페가 잘 되어있으니 이런데가 훨씬 낫다.
(물론 숙식은 여기서 해결하고, 공부는 외부에서 해결하면 괜찮습니다.)
- 체구가 큰 분. 남성의 경우 키가 180을 넘는다면 이 곳에서 살기 곤란하다.
- 짐이 많은 경우. 옷이 너무 많은 경우.
- 내가 생활 소음을 많이 발생시키는 경우. 발 쿵쾅거리는 소리도 전부 다 들려요.
- 집에 친구를 자주 초대하고 싶은 사람 (혼자 살기도 버겁고 외부인은 출입 금지임)
- 위생, 치안 등이 걱정되는 사람 (깨끗한 환경을 찾기는 어려워요)
- 공용 시설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 (내가 쓴 화장실, 다른 사람도 쓴다!)
- 채광을 중시하는 사람
다큐 시선, <나의 집은 고시원> 中
글의 주제와는 좀 별개지만, 가장 좁은 공간이어도 가장 넓은 마음을 만날 수 있는 다큐였다.
어쨌든 결국 사람이 사는 공간이다. 수입이 많든, 적든... 사는 모습은 다 비슷하고, 열심히 살기 마련이다.
고시원에서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이 글 역시 #인간극장 에 첨부했다.
제목을 <지상으로부터의 수기>라고 짓게 되었는데, 원작의 주인공처럼 이 곳에 사는 사람이 많은 주목을 받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각자가 지닌 이야기는 참 드라마틱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유없이 온 것은 아닐테니까.
나 역시 수많은 인파 중, 밖으로 드러나기보다는 조용히 사는 사람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오히려 그 편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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