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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최호식의 동네 한바퀴

[마롱리 면사무소 카페] 북한과 더 가까운 파주 민통선 뷰 대형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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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롱리 면사무소 카페, 넓은 터가 있어 뛰어 놀기도 정말 좋다.

오랜 시간동안 방치되었던 동네 한 바퀴 카테고리... 비로소 글을 또 써보게 된다. 

우리나라는 XX 공화국이라는 별명을 짓는 경우가 참 많다. 유서깊은 '서울 공화국'부터 시작해서, 아파트 공화국, 등등... 사실 별명의 유래를 보면 다 그렇게 좋은 뜻은 아니므로 썩 좋은 용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공화국 시리즈 중 최근에 생긴(?) 말이 있다면...
바로 카페 공화국, 우리나라는 유럽과 같이 노천 카페가 발달되어 있지도 않고, 커피 문화를 원류로 삼은 나라도 아니지만 커피와 정말 친숙하다. 구한말 고종이 커피에 한창 빠져있던 걸 보면 한국인의 유전자 안에는 대대로 커피에 이끌리기라도 하는 것인가. 한국전쟁 이후로 믹스 커피가 본격적으로 발달된 것도 있고, 아메리카노를 매일 아침 생명수로 삼기도 하고, 특히나 '아아'에 미친 나라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사람이 보면 절대 용서치 못할 모습이지만 여기는 한국이니 한국의 관습법에 따르도록 하자. 나 역시도 그런 커피 공화국 문화에 일조한 사람들 중 하나인데, 커피 맛에 대해서 대단히 까다로운 편은 아니지만 아무튼 커피 없이는 정말 못 산다. 물처럼 마시기도 한다... 기호 식품 중에서 신장암 예방 등 건강에도 나쁘지 않고 오히려 이익이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아래의 통계에 있는 연간 커피 소비량의 평균을 끌어 올리는 데에 나도 일조한 셈이다. 

대단한 커피 소비량, 그것도 비서구권에서는 독보적인 수치같다.


다만 우리나라의 카페 문화는 조금 특이하다고 할 법한게, '커피 그 자체'를 즐기는 문화의 연장선에 있어서 '공간'을 즐기는 문화로서 자리가 잡힌 것 같다. 일례로 커피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꾼 스타벅스의 한국 진출을 생각해보면, 커피 하나가 무슨 식사 하나 값이냐, 너무 비싸다, 라는 말이 지금도 있지만 어디서나 표준적인 맛과 서비스를 즐길 수 있고, 넓고 분위기 있는 인테리어와 공간 문화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스타벅스가 우리나라에 남긴 의미는 대단히 크다. 조금은 한가롭게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다면 스타벅스는 결코 나쁜 선택이 아니라 생각하고, 지금은 아예 한국법인으로 자리가 잡혔으니 한국에 특화된 사업을 펼치는 방향으로 자리잡은 것 같기도 하다. 스타벅스의 맛이 정말 대단하고 뛰어난 것은 아닐지라도, 어디서나 입지좋은 곳에서 '감성'을 즐길 수 있기에는 좋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보기에 '커피'라 함은 맛을 즐기고, 잠을 깨우는 기능도 있겠지만 '공간을 향유할 수 있는 도구'로서 자리잡은게 아닐까 싶다. 커피가 목적이 될 수도 있지만, 그 공간에 가서 사진을 찍든, 커피를 마시든, 수다를 떨든, 노트북을 펼치고 작업을 하든 그건 고객의 자유! 

북한강 전경을 바라볼 수 있는 양평점, 창가석을 차지하기 위한 웨이팅이 대단하다고 한다.

하지만 커피를 많이 마시고, 카페 문화가 독특하게 자리 잡은 나라답게 적잖은 부작용도 있다. 출혈 경쟁이 매우 심하다는 것인데, 아예 저가형 커피로 승부수를 펼치는 메가커피, 빽다방과 같은 업체가 있다면... 맛이 거의 다 비슷비슷한 이상 동네 카페가 살아남을 전략이 이제 마땅치가 않다. 가격으로 승부를 보기에는 프랜차이즈의 규모의 경제를 따라잡을 수가 없으니, 내 생각에는 '공간 그 자체'를 특별하게 하는 전략이 먹히는 것 같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파주는 다른 곳에 비해 카페를 열기에는 제법 훌륭한 곳이다. 서울 근교에 있고, 자유로를 통해 50분 컷으로 서울에서 오갈 수 있고, 지대가 비싸지도 않고 (어디까지나 서울에 비해서이다), 땅도 매우 넓으니 버려진 건물이나 유휴지를 활용해서 넓은 카페를 꾸리기에 아주 좋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신을 차리고 나니, 내가 기억하던 2000년대 초반과는 다르게 지금의 파주는 새로운 카페 성지로 탈바꿈을 한 것 같다. 아는 곳만 해도 정말 많다. 다 가본 것은 아니지만 어디선가 봤을 법한 카페는 죄다 파주에 있다. 

파주 대형 카페하면 바로 떠오르는, 더티 트렁크(좌) / 앤드테라스(중) 그리고 ... 최근 들어 오픈한 말똥도넛(우)
브런치가 유명한 브릭 루즈(좌) / 마장호수라는 개사기 레전드 입지를 끼고 있는 레드 브릿지(우)
황인용 뮤직 스페이스 카메라타

잡설이 좀 길었는데, 아무튼 이 외에도 파주는 속속들이 카페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 자유로를 타고 서울에서 접근하기 너무 좋다 보니, 사실 이런 곳에 가면 파주 토박이 입장에서는 기분이 보통 생경한 게 아니다. 멋쟁이 연인들,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는 아이들과 신혼 부부들로 꽉 채워져 있다. 맨날 북한 아니냐고 놀림만 받던 지역이 이렇게 바뀌다니... 파주는 그렇게 위험한 지역도 아니고, 공기도 좋고, 살기 좋고, 자차만 있으면 어디든 오갈 수 있으니 정말 좋은 곳. 여러분도 많이 와서 정착하세요~

파주는 남/북부가 확실히 나뉘어 있는데, 파주 북부에 있어 다른 도시에서 접근하기에는 조금 많이 멀다. 넘어지면 진짜 북한임.

이번에 간 곳은 '마롱리면사무소카페'라는 곳이다. 이름이 정말 귀엽다고 생각하는데, 파주는 아닌 게 아니라 특이한 지명이 많다. 발랑리부터 해서 아동동, 야동동(...), 등 신기한 지명과 정류소가 많은데, 마롱리라니? 위치를 찾아 보니 이 곳은 내가 알던 파평면이 맞고, 임진강을 끼고 있어 임진강민물장어와 황복어, 참게 등이 유명한 곳이다. 마롱리라는 지명은 처음 듣는데, 아무리 찾아 봐도 그 유래는 알 수 없지만 그냥 어감이 귀여워서 그러겠거니, 하고 방문하기로 했다. 후기를 찾아 보니 적당히 넓고, 귀여운 고양이도 있고, 지금 날씨에는 딱 방문하기 좋을 것 같아 엄마를 꼬셔서 모처럼 가족 나들이를 가게 됐다. 

 

마롱!

*이름의 유래를 대강 추정해봤는데, 파주시는 율곡 이이의 삶의 터로 유명한 곳이다. 자운서원 등 율곡 이이를 모신 서원도 있고, 강릉에서 출생했지만 대부분의 활동은 파주에서 이뤄져서 그런지, 남양주의 다산 정약용 선생님처럼 파주에는 율곡 이이 선생님이 있다고 보면 된다. '마롱리면사무소카페'가 위치한 곳 주변에는 '화석정'이라는 명승지가 있고, 이 곳의 주소는 율곡리이다. 지금이야 도로명주소를 쓰니 '리' 단위까지 말할 일이 거의 없는데, 예전에는 율곡리, 율곡리 말했던 게 갑자기 떠올랐다. 이이의 호이기도 한 율곡(栗谷)의 뜻을 풀이하면 '밤나무골'로, '밤'을 디저트화 시킨 프랑스의 '마롱(Marron)을 떠올리면 왜 '마롱리'가 되었는지 알 것 같다. 이 부분에 대한 힌트는 메뉴의 마롱 음료로부터 얻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친구 덕분에 얻은 아이디어~. 

처음에는 이 곳만 보고 정말 작다고 생각했는데,
위 사진은 빵과 음식을 고르고 주문을 받는 곳이고, 밖으로 나오면 실내, 실외 모두 다양하게 있다. 나도 소심하게 찍혔다. ㅋㅋㅋㅋ

1958년부터 존재했었지만 지금은 자리를 옮긴, 면사무소를 개조한 카페는 맞다. 이전에 면사무소로 활용한 곳이라 그런지 건물마다 '보건소', '대서소(더위 피하는 곳인가?)' 등의 표지가 붙어 있고, 넓은 잔디밭이 있어서 그런지 역시 아이들이 정말 많았다. 아이들 소리 듣기 쉽지 않은데, 아무래도 운정신도시에서 이동하기에 그렇게 멀지도 않으니 이 곳으로 오는 부부들도 많은 것 같았다. 

바깥 공간은 소박하고 정갈하게 잘 해놓았다.
가족이 모처럼 나와서 행복했다.

이 곳에는 위험한 맹수도 서식하고 있다. 치즈태비...? 고양이 구분하는 법은 잘 모르는데 귀여우면 됐다. 아무튼 정말 곰살맞고 사람 손을 전혀 경계하지 않는 고양이가 있는데, 그늘 밑에서 낮잠을 청하는가 싶더니 사람에게 스멀 스멀와서 애교를 부리기 시작한다. 밥이라도 나올 줄 알고 적극적으로 아이들의 온갖 성화(?)를 받다가...지쳤는지, 귀찮아서 그런지, 아니면 밥이 안 나와서(...) 그런지 결국 다른 곳으로 갔다. 확실히 사람 손을 정말 잘 타는 편이니까, 심심하면 이 고양이와 같이 놀아 주어도 좋을 것이다. 너무 귀찮게만 하지 말자. 떠돌이 고양이가 아니라 아예 이 곳에 터를 잡은 고양이로 보이는데, 사람 팔자보다 고양이 팔자가 더 낫다 싶었다. 조금 귀여운 모습만 연출을 해주면 사람들의 이쁨을 탈 수 있으니... 행복하게 무럭무럭 잘 커야 된다, 살이 적당히 오른 걸 보니 잘 먹고 지내는 것 같다! 

아직은 무슨 용도로 쓰일지 모르는 공간인데, 그냥 이렇게 두는 건가?

오픈한지 오래된 카페는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 그런 것 치고는 운영도 깔끔하고 공간도 넓직하고, 모든게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다만 흠이 있다면 가격이 약간 세다는 것인데, 아무래도 개인 건물이라 하더라도 이만한 부지의 땅을 매입하고 건물을 꾸리고, 스탭을 고용하는 것은 보통 돈이 드는 것이 아닐 테니 그럴 만도 하다. 파주라 해서 물가가 절대 싸지는 않다. 더군다나 대형 카페이니 기존의 동네 소형 카페에 비해서는 가격이 비쌀 것은 그럴 법도하다. (적어도 바깥에서 술 등에 흥청망청 쓰는 것보다는 이 쪽이 낫다는 생각이 들음) 

아메리카노 지수라는 걸 한 번 생각해보자, 스벅의 아메리카노가 4,500원이니... 이 곳은 아메리카노가 5,800원이다. 확실히 다른 곳에 비해서는 꽤 비싼 가격인데, 그래도 서울의 고오급~ 압구정로데오와 같이 비싼 곳에 가면 보이는 카페보다는 조금은 그나마 싼 가격(?)이니 이 정도는 용인할 수 있다. 

우리집은 카페를 방문할 때 식사 메뉴가 따로 존재하는지를 중시하는데, 아무래도 커피와 빵만 먹기보다는 어머니가 밀가루가 몸에 잘 안 맞으시는 것도 있고, 나 역시도 카페 문화의 원류 (드럽게 원조 따짐 ㅋㅋㅋㅋㅋ)를 생각해보자면 노천 카페에서 식사도 같이~ 곁들여서 먹는 거, 얼마나 좋은가. 여기도 많지는 않지만 빵 하나 하나가 단순한 빵을 넘어서 식사 대용으로 해도 될 만큼 푸짐하고, 브런치 메뉴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특이한 점이라면 파스타류와 함께 떡볶이가 존재한다는 거? 

빵은 대체로 이런 종류, 일단 꾸덕꾸덕함과 고소함이 함께 있을 법한 빵으로 이뤄져 있고, 빵 하나의 가격대는 적게는 4,000원부터 시작해서 7,000원대 까지도 있다. 유독 빵 중에서 몽블랑 류만 다 나간 것을 보니 그게 제일 인가가 많은 것 같다. 

 

 

파스타와 떡볶이, 이렇게 보면 양이 적어보이는데 생각보다 양이 정말 많았다. 무슨 화수분도 아니고 면을 파내면 파낼 수록 계속 뭔가가 나온다(...). 배부르게 정말 잘 먹음. 맛이 정말 뛰어나다~ 이런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실패하는 맛은 절대 아니다. 맛있게 먹을 수 있고, 특히 마늘 바게트는 바삭 바삭해서 같이 먹기도 좋다. 가격이 비싼 것이 약간 흠이지만 공간 프리미엄이라 생각하면 된다. 약간의 정신승리...

커피는 포기할 수 음슴

좋은 공간, 좋은 사람, 좋은 음식... 아 이거 약간 인스타에서 무슨 직업 팔이하는 사람들이 종종 쓰는 오글거리는 멘트라는데, 여기는 정말 좋은 공간과 좋은 사람과 좋은 음식이 함께하는 곳이 맞다고 생각한다. 다른 대형 카페와 다르게 사람이 붐비지 않아 어수선하지도 않고, 아이들의 재잘거림, 귀여운 고양이, 깔끔한 음식과 음료 등이 있어서 한 번 다녀오면 지치는 것이 아니라 명상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봄에도 예쁘지만, 가을에 오면 더 예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오랜만에 종종 올 만한 곳을 찾은 것 같다. 무엇보다 여기는 집에서 20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라서 더 좋다~ 크하하 

 

장점

예쁜 풍경과 넓은 자리, 넉넉한 좌석 수

깔끔하고 무난무난한 음식들

빵이 '겉바속촉'의 정석임. 너무 달지도 않다.

커피보다는 차, 에이드 류가 메인임 (장점도 단점도 아니지만)

파주 대형 카페치고는 사람이 붐비지 않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함)

야외 좌석이 아주 다양함 

아이들과 함께 오기 좋음

귀여운 고양이가 군림하고 있음 

단점

 

가격(...)

서울 등 기타 지역에서 오기에는 조금 떨어지는 입지, 멀다. 

브런치 종류가 다양하지 않음 (베이커리 카페이므로 그럴 수 있다 생각)

브런치 종류는 찾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조리가 늦게 되는 편임 (우리만 먹은 듯...?)
20분 정도 기다렸다.

음식, 음료 등을 받고 야외로 나가기에는 약간 불편한 점이 있음 

화장실이 조금 멀다 

급마무리,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