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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최호식의 동네 한바퀴

[노들나루공원] 동작구민들의 숨겨진 아지트, 한강을 품은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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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객이 그닥 많지는 않은 9호선의 노들역을 바로 앞에 두고 있다. 꽤 큰 공원이다!

집을 구할 때에는 다양한 기준이 있다. 어떤 사람은 역과 가장 가까운 곳을 선호할 것이고, 어떤 사람은 주변에 문화 시설, 마트, 혹은 그 외의 생활 편의 시설이 있는 곳을 선호할 것이다. 게임을 좋아한다면 피시방이 가까이 있는 곳을 좋아할테고, 치안을 중시하지 않는 사람은 없겠다만 좀 더 신중한 사람은 큰 도로 변을 중시할 것이다. 


어쩌다보니 작지만, 그래도 제법 포근한 회사에 자리를 잡게 되었는데... 아직은 수습인지라,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하여 단기로도 계약이 가능한 고시원에 둥지를 틀게 되었다. 이 고시원 살이에 대해서도 언젠가 글을 쓸 것 같은데, 고시원 자체가 꽤 나쁘진 않다. 서울에서 이만한 가격(30만원)에, 역도 도보 1분이면 닿고, 심지어 이 앞에 한강을 마주하고 있는 큰 공원이 있으니 더 이상 부러울게 없다. 물론 여기는 잠만 자는 곳이니 주변에 이런 곳이 반드시 있어야 시간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 게다가 생활 물가도 저렴하다는 노량진 근처이니..., 여기서 내가 가장 중시한건 바로 공원이다. 요즘은 '숲세권'이라는 말로 표현을 하는데,  삭막한 도심 속에서 아름다운 한강의 야경을 볼 수 있고, 적당한 운동 기구가 있어 요즘 푹 빠진 맨몸운동도 할 수 있는 곳은 이 곳 뿐이었다. 

나도 역마살 기질이 있다. 아니 정말 많다...

특별한 내용은 아니지만, 혹시 이 공원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지는 않을까 해 소소한 일기처럼, 그리고 이 공원에 대한 후기를 남겨보겠다. 내가 지나가면서 본 풍경이나, 자주 이용하는 장소, 혹은 인상깊은 장소에 대해 남기는 공간이 바로 동네 한 바퀴라는 카테고리. 그렇다 해서 김영철 아저씨같은 감성을 기대하면 안된다. 

 

노들나루공원에서 조금만 나가면, 한강대교에서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다.

노들나루공원은 처음부터 노들나루공원은 아니었다고 한다. 본래는 노량진배수지공원이었는데, 배수지라 하면 연예인 수지를 생각하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고, 나 역시 그렇다. 그나마 비슷한 단어로는 '배수진背水陣'이 있겠지만 그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이다. 수도 시설 중 하나인 배수지는, 쉽게 말해서 물을 저장하는 장소이다. 지금도 그 배수지의 흔적이 있는데, 지금은 철거되고 시민공원으로 개편된 것.

여기에는 안타까운 이야기가 얽혀있다.

2013년 여름 당시 폭우로 인해 발생한 참사. 사고가 아니라, 인재로 발생한 사건이나 마찬가지이다.

노량진 배수 수몰 참사

 

이슈 | 노량진 수몰 사고 - 경향신문

23건의 관련기사 이슈기사 구독하기 도움말 이슈를 구독하시면 새로운 기사 정보를 알려드립니다. 2013.07.23 2013.07.21 2013.07.20 2013.07.18 2013.07.17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검색 초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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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의 사건, 당시에는 내가 기억도 못했던 사건이었는데...

이런 일이 있을 줄은 몰랐다. 이 자리를 빌어, 당시 세상을 떠난 분들의 명복을 빈다. 

한편 저 곳은 일반인이 여전히 접근할 수 없는 공간이라, 시민공원 한 가운데에서 기묘한 인상을 주고 있다. 

노량진, 그리고 배수지라는 이름을 지닌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가던 공간은, 지금은 완전히 탈바꿈하여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 되었다. 공모를 받아 지어진 이름이 바로 노들나루공원인데, '노들섬'과 가까이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노들나루'로 지은 점이 적절한 네이밍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이 곳이 예전에는 잠실나루, 여의나루처럼 '노들나루'라는 이름을 지녔다고 한다. 

한강 둔치의 자전거도로, 보행로로 들어갈 수 있는 길목. 저 아래에서 자전거를 타고 올라오면 허벅지의 과부하를 느낄 수 있다.

사실 이 주변의 환경도 그렇고, 노후 주택이 다소 많아 아파트를 제외하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나기도 한다. 여기서 흑석동으로 이어지는 방면은 험준한 지형을 보여주기도 하고..., 그런 곳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개방적으로 바꿔주는 공간이 이 구역이라 생각한다. 나는 주로 이 공원을 밤에 이용한다. 퇴근을 한 뒤, 여유있게 저녁을 먹고, 이 곳에서 추운 바람이라도 맞으면 하루를 마무리하는 산뜻함이 너무나도 행복하다. 겨울 바람이면 뭐 어떠랴, 한강둔치에서 가벼운 런닝을 즐긴 뒤, 저 밑에서 올라오면... 

밤의 족구장

처음으로 마주할 수 있는 곳은 이 곳이다. 어쩌다보니 공원의 초입이 아니라 역순이 되었는데, 이 곳은 족구장이다. 날씨가 추워 지금은 족구를 즐기는 사람이 없지만, 날씨가 조금이라도 풀리면 중장년층 아저씨들의 (신기하게 족구는 아저씨들이 많이 즐기시는 것 같다. 나는 구기 운동에는 영 젬병이라 잘 알 수가 없다.) 현란한 발놀림을 볼 수가 있다. 뭔가 도심 속의 야유회같은 느낌도 든다, 저 공간만큼은. 

무엇으로 보이나?

놀랍게도 이 곳은 자전거 연습장이다. 자전거를 누구나 탈 수 있는 물건이라 생각해서는 안되겠다. 누군가에게는 두발자전거를 타는 것은 큰 도전이 될 수도 있구나. 저 트랙을 따라서 자전거를 타며 연습을 해도 되고, 동작구청 내에서도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듯 싶었다. 하지만 이 곳은 축구 강습을 하는 사람이나, 멍멍이들을 산책시키는 사람만 있었다. 그냥 공터처럼 느껴지는 공간. 원래 이런 곳이 다 그렇다. 말이 연습장이지, 뭔가 예약을 하는 시설이 아닌 이상 쓰임새는 시민의 몫이다. 

가을에 오면 정말 예쁜 길들이 많다. 이 길목을 지나서...

길목을 따라가다보면 이렇게 넓은 잔디구장이 나온다. 옆에는 동작구청 씨름 선수단의 연습장도 있다.

이 공원에서 가장 활기가 느껴지는 곳은 이 잔디구장이다. 사진 내에서는 취미 삼아 뛰고 있는 선수들이 휴식을 즐기고 있었는데, 평소에는 볼을 차며 함성을 지르고, 슛을 시도했을 때 가끔 울려 퍼지는 박수 소리, 기합 소리, 그리고 무엇보다 추위 속에서도 반바지까지 입으며 (활동성이 중요하지) 열정적으로 뛰는 사람들의 모습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나는 앞서 말했듯 이런 영역에는 영 재능이 없고, 즐겨본 적도 없지만... 보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 우선 나까지 건전해지는 기분이라고 해야하나. 요즘은 취미 생활을 즐길 거리가 다양하게 있지만, 야외에서 즐기는 스포츠 활동만큼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유익한 건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여기에서 가장 인상깊게 본 모습은 여성축구단. 최근에 TV에서 인기를 얻은 '골 때리는 그녀들' 이후로 축구에 관심을 갖는 여성 분들이 많은 것 같다. 혹시 동작구에 거주하는데 축구에 관심이 있으면 이 곳을 예약해보는 것도 매우 괜찮을 것이다. 

 

노들나루공원 축구장 시설 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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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하면 매우 위험한 운동이 될 수도 있다.

그 잔디구장 옆에는 바로 이런 시설이 있다. 보통 야외에 있는 운동 기구들은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여, 뭔가 단련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매우 매우 매우 - 아쉬운 자극을 줄 수 밖에 없다. 다만 이 곳은 특이하게도 기구 설계가 잘 되어있어 이렇게 평행봉도 있다. 평행봉까지 있는 경우는 웬만해서는 못 본 것 같다. 딥스를 비롯한 운동을 즐기기에 아주 좋다. 가슴 자극이 꽤 잘 되는 맨몸운동! 다만 겨울에는 꽤 차가워 운동 장갑이 필수. 

복부 단련을 할 수 있는 윗몸일으키기 기구. 그렇지만 나는 여기서 팔굽혀펴기를 한다... 저 받침대를 딱 잡고 하면 적절한 높이가 된다. 맨몸운동의 매력은 바깥 공기를 마시며, 어떻게든 주변에 보이는 사물을 십분 활용하려고 머리를 굴릴 수 있다는 점이다. 헬스장을 굳이 고집하지 않더라도 매우 경제적으로(?) 일반인에게 필요한 운동은 다 할 수 있다. 

풋살구장!

잔디구장이 하나 더 있다! 아까와 같이 축구 등을 즐기는 곳도 있었지만, 이 곳은 풋살. 풋살은 축구보다 좀 더 캐주얼하고 접근성이 좋아서 여기서는 더 적극적으로 사람들이 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생각보다 스피디하게 진행되는 모습도 신기했고... 

 

흔히 볼 수 있는 철봉이 아니라, 이런 식의 철봉이 있다. 오히려 맨 철봉보다는 이렇게 되어있는 철봉이, 넓게 그립을 잡을 수는 없어도 운동하기에는 편한 것 같다.

자세에 따라서. 그리고 쥐는 방법에 따라서 다양하게 전신 운동을 할 수 있는 턱걸이는, 맨몸운동의 실효성(?)을 부정하는 사람들도 인정하는 최고의 운동이다. 그만큼 많이 어려운 운동이지만, 일단 매달려보고, 10초, 20초씩 버텨보고, 한 번씩 오르는걸 시도해보면 언젠가는 몇 개씩 할 수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나 역시 몸이 굉장히 부하고, 체격도 좋은 편이 아닌 땅딸보였지만 턱걸이 덕에 어느정도 맵시가 잡힌 것 같다. 부족한게 많지만... 등은 약간은 자신있다! 

 

또, 여기서 가볍게 야외 운동을 하며 사람들이 열심히 볼을 차는 모습을 볼 수 있고, 한편으로는 앞서 말한 강아지의 산책을 감상할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간이 운동 시설이지만, 실속 있는 구성으로 매일 매일 나와서 기분 전환 하기에 정말 좋다. 

 

내 짧은 다리, 턱걸이가 요즘 10개까지 늘어서 제법 뿌듯하다.

이 곳이 공원의 초입이라 할 수도 있겠다. 지금은 나뭇잎이 모두 떨어져 앙상해져 가는 나무들이 많이 보이지만, 저 나무만큼은 대단한 풍채를 보여주고 있다. 잎이 한창 달려있을 무렵에는 저 앞에서 사진을 한 장 찍어도 좋을 것이다. 어쩌면 나와 같은 분위기를 지닌 사람보다는, 노부부가 꽃단장을 하고 저 앞에서 적당한 잿빛의 사진을 남긴다면 정말 아름다운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하늘공원, 올림픽공원, 보라매공원, 뚝섬공원 등 서울의 유명한 공원이 많고, 그에 비해서는 작은 크기지만 나에게는 작은 쉼터가 되어주는 곳이다. 

출처 - 서울 정책 아카이브, 도쿄 여행을 갔을 때 삭막했다고 느낀게 괜한 건 아니었다.

 

세계적인 도시 서울, 작지 않은 면적과 수많은 건물이 옹기종기 모여있어도, 우리 생각과는 다르게 녹지 면적이 아예 형편없는 수준은 아니다. 동네마다 있는 작은 뒷산, 북악산 및 북한산, 인왕산, 관악산 등을 비롯한 큰 산들, 그리고 이렇게 동네의 유휴공간 및 폐시설을 재생사업을 통해 공원으로 재조성한 것도 크게 일조했으리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사는 인생이라면, 삶의 질이 조금이라도 높아야만 한다. 그리고 나는 주변의 인프라 자체도 중요하지만, 주변에서 발 뻗고 하늘을 바라볼 수 있으며, 마음을 비울 수 있는 이런 자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런 시설과 동떨어져 있어 휴식다운 휴식을 즐길 수 없는 공간도 여전히 많다. 골목의 답답한 인상에서 벗어나, 넓지는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공원'이라는 기본적인 공간이 많이 보급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