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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다/(구) UX 깎이

[스토리로 이해하는 UX 디자인 프로세스] 이론과 실무의 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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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로 이해하는 UX 디자인 프로세스, Daum UX Lab, 2012. 로드북.

UX란 무엇일까? 이 짧은 두 글자에 대해 명확하게 답을 내리기는 참 어려워보인다. 

지금으로서 말하자면... 

 

사용자(User)와 제품(Product) 사이의 상호작용(Interaction)을 만드는 것 -> eXperience

그리고 그 상호작용이 이뤄지는 틀이 바로 인터페이스(Interface)이고, 이것이 곧 UI. 무형이 될 수도 있다.

 

 

UX는 사람이 컴퓨터와 같은 디지털 시스템을 사용하면서 지각하고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 연세대학교 김진우 교수 -



딱딱한 서술형이 아니라, 우리에게 말을 건네는 듯한 문체가 좋다.

제목이 '이론과 실무의 간극'인데, 이는 이론적으로 접하는 UX 방법론과 프로세스에 대해 매번 곤경을 겪던 나에게 실무에 대해서 깊이있는 내용을 전달해줬다는 점에서 짓게 됬다. 제목 그대로 이 책의 경우 스토리텔링에 기반하여 실제 서비스를 기획하고 정보 구조를 하나하나 설계하는 과정까지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일반적인 이론도 자주 언급되지만, 이론상으로 얕게나마 접할 수 있는 내용에 대해서 좀 더 깊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책만의 강점이 아닐까싶다. 

조사, 중간 발표... 조사, 발표... 조사, 발표... 크리틱... 프로토타이핑... 최종 발표...

 

이론으로 접하는 UX 방법론은, 얼핏 감은 오지만 자세하게 익히기에는 부족함이 많다고 생각한다.

우선 나는 경험을 굉장히 중시하는 편인데, 실무에 임하지 않고서는 프로세스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손에 잡힐 수가 없다. 말 그대로 학생을 위한 입문용 과정에 불과했던 것! 위 이미지는 실제로 들었던 수업의 강의계획서이다. 학부생 시절 리서치 방법론에 관한 수업을 들었지만, 1주 내에 사용자를 모집하고, 1주 내에 모든 인터뷰를 끝내고, 1주 내에 모든 분석을 끝내고, 1주 내에 퍼소나를 작성하고 모든 리서치 과정에 대해 시각화하고... 1주 내에 또 프로토타이핑을 하고... 1주일에 40시간을 모두 여기에 투자한다면 모를까, 다른 수업도 있는 상황에서 몰두하기에는 굉장히 어려웠었다. 근데 그게 맛보기라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타이트한 스케줄로 인해 완벽하게 해내는 학생을 보면 매번 감탄을 했다. 또한 학생이니 얼마나 어설펐겠는가. 다소 의도에 맞지 않는 결과가 나온다고 해서 리턴할 수도 없고..., 결과를 곡해해서 어떻게든 의도에 맞춰야되나 양심을 팔아먹을 뻔한 순간도 있었다. 그러지는 않았다. 배운 것도 많았지만, 그만큼 우여곡절이 많았던 수업으로 기억한다. 그런 점을 포트폴리오에 어설프게 담고나서야 작은 회사에 들어오게 됐는데, 또 막상 들어와서 접하게 된 디자인은 정말 다르다. 기능정의서? 이런걸 써본 적도 없고, 봐본 적도 없는데... 읽기도 참 힘들다.

졸업전시를 위해 만들었던 Persona 중 하나. 

그 동안 읽었던 책에서도 이런 부분에 대해서 알려주지는 않았다. 실무에 대해서 알려주는 책은 없는걸까? 회사 내 서가에서 우연히 발견하게 된 이 책이, 근질거리는 부분을 딱 꼬집어줬다. 너 이거 몰랐던 거잖아.

 

아래는 목차이다. 이 책이 어떤 바에 대해 말하고 싶은지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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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장. UX에 대한 이해
스토리 1. 사용자와 관계를 맺는다는 것
UX는 살아있다
일상에서 찾는 사용자 경험
사용자와 함께 걷기
스토리 2. 다르지만 같은 곳을 보고 있어
D사의 UX 사람들 엿보기
회사가 UX 조직에게 원하는 것
2장 프로젝트 이해와 전략
스토리 3. 20~30대 여성 사용자를 잡아라
좋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기업의 전략
어떤 방법으로 모으고 분석할까

3장. 사용자 조사
스토리 4. 사용자의 마음 읽기
지금은 사용자를 이해해야 할 순간
당신이 알고 싶은 마음을 듣는 법
스토리 5. 여행을 위한 첫 발자국
한 눈에 그려지는 조사 계획서 만들기
조건에 맞는 참여자를 찾는 방법
성공적인 여행을 위하여 마지막 할 일
스토리 6. 만나고 헤어지기까지의 순간들 : 조사 실행
분석을 염두에 두고 실행하라
진행의 기술
스토리 7. 마음의 모자이크 : 조사 분석
데이터에 밑줄 긋기
목적물의 사용자는 누구인가
이들은 어떤 과업을 수행하나
이들은 어떤 환경 속에 놓여있나
조사의 마무리

4장. 창의적인 사고 방법
스토리 8. 놀이하듯 즐겁게
다르게 생각해 봐
생각의 요리 도구
창의적인 나를 만나는 방법
스토리 9. 반짝반짝 빛나는
발산과 수렴의 마법

5장. 정보 구조 설계
스토리 10. 정보로 만든 박물관
강건하고 유연한 IA 만들기
정보를 어떻게 카테고리화할 것인가
정보를 어떻게 탐색하게 할 것인가
정보의 그룹을 어떻게 이름 지을 것인가
정보의 순서와 정렬을 어떻게 결정지을 것인가
스토리 11. 보여주고 싶은 것과 사용자가 진짜로 원하는 것
무엇을 하는 서비스를 만들까
메뉴들의 관계를 표현해보자
성공적인 정보 설계를 위한 전략
스토리 12. 뿌리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리니
숲을 보는 눈
서비스의 백과사전 만들기

6장. 인터랙션 디자인 / 인터페이스 디자인
스토리 13. 사려깊은 서비스를 만나는 일
사용자와 목적물이 소통하다
사용자와 서비스의 접점을 생각하다
스토리 14. 스케치는 힘이 세다
생각을 표현하는 특별한 도구
생각의 모자이크, 협업스케치
스토리 15. 잘 짜여진 스토리가 서비스를 말한다
어떤 모양의 서비스인가
사용자와 서비스가 만드는 이야기

7장. 사용성 테스트
스토리 16. 사용자가 직접 테스트한다고?
우리는 사용자가 아니야
프로토타이핑은 과정이 중요해
스토리 17. 사용자 테스트가 아니야
사용자의 방식대로 만들어졌나
왜인지 다섯 번 생각하라

8장. 프로젝트 완료와 공유
스토리 18. UX가 자란다
프로젝트의 지혜를 공유하기
맺음말
Q&A, 이것이 궁금하다
추천 도서
부록. UCD 프로세스를 거쳐 완성된 잇걸 프로젝트의 최종 결과물
찾아보기

 

금세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씩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내가 그동안 알았던 방법론은 '도구'에 불과하다. 따라서 도구라는 것에 매몰되어 이것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내가 그 도구를 활용함으로써 얼마나 많은 인사이트를 얻어낼 수 있는가. - 이것이 제일 중요한 관건일테다. 알고있는 모든 도구를 활용할 필요가 없다. 환경에 맞춰, 그리고 대상자에 맞춰 방법론을 적재적소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사용자 프로파일을 만들고, 퍼소나를 만들고 ... 여기까지는 시작에 불과하다.

수렴과 발산이 반복되는 Design Thinking.        출처 : Designorate

어떤 서비스, 제품을 런칭하기에 앞서서는 수백가지의 아이디어가 발산된다. 그리고 이 아이디어들을 다시 정리하고, 쓸 만한 것들을 솎아내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에 더 나아가서, 아이디어라는 컨텐츠를 모아 '정보 구조'를 설계하는 것은 정말 보통 일이 아니다. 논리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하며, 오류가 발생해선 안되고, 발생하더라도 그 오류에서 탈출할 수 있는 신속한 과정까지 모두 고려해야한다. 그리고 완성되었더라도 이게 100% 정답일 수는 없기에 실시간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기에, 기획직군에서 '정의'를 하면, GUI팀에서 '시각화'를 하고, 이것이 개발팀에서 비로소 구현되는 것이다.

추후 업데이트 순서를 반영한 기능 리스트
지금 보기에는 '실시간 이슈'는 너무 촌스러운 메뉴 구성인 것 같다.

뭔가 최신 업무 경향을 반영한 듯한 이 책... 다만, 이렇게 모든 과정에 대해 알려주는 책의 연식(?)이 다소 오래됐다. 서비스의 레이블(Label)만 보더라도 '스포티걸' 빈티지걸'은 정말 2000년대 중반 주니어네이버에 가면 볼 법한 느낌 아닐까 싶기도..., 그 땐 모두 그랬지. 한편 스티브 잡스의 추모사로 끝맺음을 하는 인삿말로 보아 그가 타계했을 무렵 작성했다고 보면, 약 2012년 경이 아닌가 싶다. 내년이면 열 살을 맞이하는 책이다.

 

또한 책에서 언급되는 D사는 오늘날의 카카오, 한때는 다음카카오, 한때는 다음이었던... 그 곳이다. 역설적이게도 다음이 카카오를 인수합병했지만 카카오에게 잡혀먹히고 만 다음이라는 이름. 다만 디자인에 있어서 'UX'라는 부분에 대해 진지하게 파고 든 기업은 몇 없는데, 그 중 하나가 다음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쓰이고 있는 프로토타이핑 툴들이 참 많은데, 지금은 잘 쓰이지는 않지만 한때는 다음에서 개발한 'Oven.io'라는 프로토타이핑 툴도 있었다. 와이어프레임을 작성하기에는 편리해서 종종 쓰는 분이 있었던 걸로만 알고 있다. 

 

순정만화 스타일 한 방울 떨어트린 매력적인 선배님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UX 분야를 꿰뚫는 전반적인 사항과 방법론, 그리고 프로세스는 시간이 지나더라도 맥락을 달리하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이 업계가 그러하듯 트렌드가 참 빨리도 변하는데,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건 '20xx 올해의 UX 트렌드'가 아니라, 실무 진행 프로세스에 대해서 가상의 상황을 설정하여 친절하게 알려주고자 하는 의도가 강하다. 트렌드를 알고싶다면 Behance 같은 사이트를 참고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게다가 무료) 
책의 제목답게 스토리로 풀어나가는 책인지라,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음으로 UX팀에 합류해 실무에 임하게 되는 '유편리', 팀장 '도노만' (도널드 노만에서 따온게 분명하다), '정보고' 등... 다들 실제로 있을 법한 인물들인데, 성격이 모난 곳 없이 다들 열정적인 인물이다. 아무래도 여기에서까지 현실적인 직장 상황을 반영하면 다크 판타지가 될 까봐 그런걸까. 아무튼 시행착오의 과정도, 현실적인 어려움도 적절히 반영하여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한 점이 읽기에는 부담이 없다. 다만 인물 하나하나를 자세하게 소개한 것 치고는, 정작 다 활용하지는 않아서 그 점이 아쉽긴 하다. 다양한 인물을 할애하기에는 좀 지면이 아까웠나. 


가끔 어떤 서비스를 이용할 때 왜 이리 느리고 답답한가, 업데이트를 안하나... 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과정을 텍스트로 접하니 보통 일이 아니다. 실제로 하나의 제품, 서비스가 완성되고 세상에 드러나기 까지는 못해도 1년, 그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 절대 짧은 시간이 소요되는 일이 아니구나...,

 

Affinity Diagram. 친화도법. Miro 프로그램 이용

그래서 무언가를 설계하고 만드는 일은 그렇게 고상하고 간지나는 직업이 아니다. 머리를 쥐어짜내는 고통스러운 작업의 연속일 테다. 어른들이 늘 말씀하시길,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 겉보기에는 의자에 앉아서 맥북과 커피를 데스크에 놓은 채 여유있는 작업을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포스트잇 무덤과 파워포인트엑셀의 늪에 갇혀있게 된다. 필요하다면 현장 조사를 위해서 발 바쁘게 뛰어야하는 일도 있을 것이다.

 

나는 회사에 들어와서...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를 거의 써본 적이 없다. 대신 파워포인트와 엑셀 자체는 범용성이 워낙 뛰어나고, 사무를 보는 사람에게는 사실상 표준과 다름없으므로 이를 이용하여 소통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지금은 제법 윈도우 환경에 다시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맥과 윈도우 모두 잘 다룬다면 정말 이쁨받을 것이다.)

혹시 UX 분야 진로를 희망하는 사람이라면, 꼭 Adobe의 프로그램만 익히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쓰는 OA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익숙해질 필요가 있고, 윈도우 환경에도 제법 빠삭해야한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

- UX/UI 실무 프로세스를, 다소 연식이 오래됐더라도 조금이나마 참고하고 싶은 분 
- 이론과 실무의 괴리를 느끼고 싶은 분
- 미생 "행복편"을 보고싶은 분 : 너무 좋은 사람들만 있다.
- UX를 다루는 디자이너가 실제로는 어떻게 일할지 궁금한 분
- 기능정의서, 인벤토리 ... ? 진짜 처음인데, 이게 뭘까. 궁금하신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