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광설 주의*
*약 4-5월까지 쓰일 이야기임. 현재 진행형...
*이 시리즈는 그냥 일기에 가깝지, 도움되는 얘기 없음
*광고 때문에 레이아웃이 상상 이상으로 너무 지저분할 수 있음
지난 1편과 2편과 3편 약간을 미리 담아 요약해 보자면...
- 여기 저기 문을 두드려 봤지만 최종에서 떨어지든 이런 저런 이유로 떨어지든 그냥 ㅈㄴ 지쳐씀...
- 현실적으로 한 스텝 한 스텝씩 올라가는게 맞다고 생각하고, 대신 직무에 맞게 지원하여 작은 곳부터 시작하기로 함.
- 붙은 회사들 중 엄선을 하여(?) 일해봄직한 곳에 출근하기로 결심.
- 일주일 뒤에 출근하십쇼~! 연봉은 2500만원입니다.
- 회사가 학교는 아니지만, 신입으로서 실무를 경험해 보자는 입장으로 입사를 했는데 배우는 게 없음...
- 점심 식대 제공 등의 복지가 없는 상황에서 생활비를 아끼고 아껴 써야만 하는 상황
- 2500만원의 급여는 생각보다 심각한 수치였던 걸까
- 나쁜 생각도 솔직히 조오금은 했는데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다. 포기가 빠르면 안되지...
- 다행히 일상 생활에서 외출이나 모임이 잦은 편이 아니라 돈을 쓰는 일은 거의 없었다.
- 첫 급여를 받고 난 뒤에는 다른 경로를 얼마든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었고, 플랜B가 생겼다.
- 지금까지 한 일이 아무리 신입이라 해도, 정리해 보자면 이건 좀 아니다 싶었다.
- 사무실 정리 및 청소 (싹싹하다고 칭찬 받음 ^^;;... 적성이 사실 다른 쪽에 있을 수도 있다. 정리정돈과 청소는 시키면 잘한다.)
- 철거
- 폐기물 처리
- 이사 준비
- 이사 돕기
- 비품 정리
- 중고거래
- 텍스트 수정
- UI 수정 (예를 들면 1px Stroke를 2px로 바꾸고 좌측에서 우측으로 옮겨주세요. '멍멍이'를 '야옹이'로 바꿔주세요. 등등)
- 이런 저런 커뮤니티 잠행 가입
- 물건 철거
- 물건 조립
- 물건 구입 및 조달
- 아이템 리서치 (미래의 집에 들어갈 법한 의자좀 30만원 이하 조건으로 여러 개 찾아보거라. 등등...)
- 공간 기획(???)
- 프로젝션 맵핑(...지금까지 해본 적 없던 건데 내가 PM을 하라고 함... 저 들어온 지 반 년도 안됐는...)
- 대표와 언쟁 (때려치기로 한 결정적인 계기임, 몸에 골병이 나더라...)
- 왜 집중을 못하냐며 타박을 듣고 혼자 숨과 눈물을 죽이며 집 돌아간 뒤 사직서 작성
- 정규직 전환후 지금까지도 내일채움공제 가입이 어영부영 미뤄지고 있음
이렇게 정리하니 음... 더 심각성이 느껴진다. 그냥 잡캐다. 마지막쯤 와서는 더 어두운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니...
주변에 고민을 토로해본 결과 이러한 일들은 속된 말로는 GJB라고 한다. 그게 뭐냐고? 개잡부!!!
지금까지 해왔던 일을 정리해 보자면, 이런 저런 오피스 프로그램 곁다리로 잘 다루게 된 것은 논외로 치더라도... 여러가지 공구를 잘 활용할 줄 알게 되었다. 나사 구분하는 것부터, 드릴 체결해서 슈우웅~ 박기, 빼기... 다행히 빠루까지 동원하는 철거를 하진 않았다. 키보드와 마우스, 디스플레이보다는 여러 연장과 케이블에 익숙해졌달까...?
별의 별 일을 다 접하게 되는구나. 그리고 혹시나 오해가 있을 법해서 미리 말하자면 '이런 일' 자체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고, 당연히 세상에 필요한 일인데... 공고와는 다르게 막상 와서 접하는 일이 대체적으로 이런 일이고, 메인이 될 법한 디자인 업무에는 잘 참여하지 못하거나, 기획 도중 급하게 처리해야 하거나 자료를 찾아야 할 때 내가 동원되는 것이었다. 내가 정말 공예를 하거나 목공을 하거나, 아니면 무슨 철거 자체 업무를 위해 지원을 했다면 이런 일을 하는게 맞다. 그런데 약간의 주객전도라 해야하나, 디자인이 메인이 되고 가끔 있는 일에 차출되는 거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그게 아니니까 문제였다. 정말 보조적인 수단으로서만 동원됐다. 이대로라면 1년 이후의 내가 얻어갈 것은 퇴직금밖에 없지 않을까, 싶었고, 그 퇴직금마저 받을 마음이 도저히 생기질 않았다. 앞으로의 6개월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기도 당연히 보안 사항이 있는 만큼 모든 부분을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간략하게 회사에서 했던 일을 일일 스케줄처럼 정리해보기로 한다. 그냥 사실에 기반한 예시로 하루를 들어보자.
07:00 기상, 출근 준비
07:50 출근
08:30 회사 도착
08:30 - 09:00 아침 뉴스를 보며 커피를 마신다.
- 식대 제공과 간식 제공이 없지만 좋은 점이 있다면 고오급 커피 머신이 있다는 거..
09:00 - 18:00 본격적인 근무이다. 예외적으로 더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이슈가 있다면 8시, 7시에 출근할 수도 있고, 이런 경우에는 4시 혹은 5시 퇴근도 가능은 하다. 다른 날에 그렇게 퇴근해도 된다. 이 부분도 장점이라고 느꼈지만 항상 계획대로 쓸 수 있는건 아니고, 그날그날 이슈에 따라 조기 퇴근을 못 할 수도 있다. 가끔은 8시 이 쯤에 퇴근을 하고...
19:10-20 바깥에서 밥을 급하게 해결하고 집에 도착한다.
19:30 - 23:30 공부
23:30 - 24:30 ~ 25:00 : 체력 관리를 위해 간단한 운동을 하고, 씻고,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하루를 정리하고, 잔다.
반복... 그래도 하루 6시간은 자네... 가끔 조기 출근을 해야할 때에는 여기서 -1, -2시간의 수면 시간.
본격적인 근무에는 이러한 일들을 했다. 저번 2편에서도 살짝 말했던 것도 있다.
- 메일의 요청 사항에 따라 UI 문서 수정 -> 좌측의 아이콘을 우측으로 옮겨주세요, "나는 귀엽다"를 "나는 귀엽습니다"로 해당 문서에 있는 모든 부분 일괄 수정해주세요... 이런 요청 사항도 추상적으로 있어서 독해하는 데에도 한참 걸리고, 혼자서 처리할 수도 없는 부분도 있다.
- 이러한 수정 사항은 너무 한가해서 하루 종일 아무 일이 없을 때도 있지만, 야속하게도 그런 때가 있다면 한번에 몰려오는 때도 있다. 이런 경우는 비상 사태. 먼저 입사하신 동료 분께서 이런 부분을 주로 맡고 급한 불을 꺼주신다.
이런 쪽이 메인에 가깝다면, 그 외에는...
- 사용자 인터뷰를 위한 인터뷰 대상자 모집, 여러 커뮤니티를 수소문하면 된다. 분명 오해가 있을까봐 상세한 주의 사항을 하나하나 적었음에도 굳이 붉은색으로 강조한 텍스트까지 못 읽는 분들을 보며... 나중에 대민 업무를 하게 된다면 이런 욕을 종종 보겠구나, 하고 감내했다. 그냥 그럭저럭 인간사를 관찰하는 느낌이라 괜찮았다.
- 아이데이션(Ideation)에 참여해서 이런 저런 의견을 내보기, 정답은 없다.
- 아이디어 회의 이후 그에 따라 컨셉에 맞춘 시안 제작하기
- 이게 뭡니까! 조인트 까이기... 까진 아니고, 다들 의견은 존중은 해주시되 썩 괜찮다는 반응은 없는 것 같았다. 흑흑
- 현재 A에 필요한 3D 모델링 파일이 필요한데, 혹시 이렇게 모델링 가능한가요? ... 취미 겸 혹시나 해서 배운 3D 프로그램을 이렇게 활용하게 된다. 전문 모델링은 당연히 아니지만 간단한 프로토타이핑을 위한 모델링은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도 차출(?)됐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디자인의 디ㅈ... 까지는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있다. 다만 이게 100 중에 한 30은 되는 것 같았다. 그마저도 이 회사에서 주력으로 개발해서 밀고 나가는 상품이나 프로젝트가 아니라 결국은 에이전시로서 다른 회사의 것을 만들어주고, 보완하는 셈이니 보안 상의 이슈로 포트폴리오에 쓸 수는 없다. 지엽적이고 사소한 부분도 많고.
그럼 그 30의 일에 대해 비유를 해보도록 하자. 혹자가 그러기를, 예를 들어서 앞으로 메타버스와 관련된 VR 컨텐츠가 매우 전도유망하다고 한다. 대부분 동의하는 부분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VR 컨텐츠를 즐기기 위한 전자기기 중 '버튼 하나만'을 외골수처럼 파고 들거나, 전자기기의 충전 포트의 위치를 어디에 둘 것인가를 한 달 내내 논하거나, 이런 부분은 ... 필요하기는 하지만, 이게 본질이 되어서는 안된다. 사용성 그 자체에 대해 생각하고 조금은 거시적인 생각으로 업무를 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처음부터 지엽적인 부분을 파고 들어가니, 어떤 부분이 핵심을 찌르는지도, 그걸 개선하는 방법도 도저히 감이 잡히질 않았다. 이에 관해서는 모두가 신입 사원이다보니 의견을 내는 것 역시 조심스러웠고, 그걸 감히 기업에 제안하는 것도 스스로 어설프게 느껴졌다. 내가 '충전 포트가 왼쪽에 있는 건 누구누구를 배려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른쪽으로 옮기는 방향이 맞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이래라 저래라 할 입장은 아니지 않나...
그렇다면 나머지 70은? 사실 이 부분이 결정적이다. 이 70에 대해 그 동안 있었던 일을 나열해보자.
- 타 지역의 사무실에 방문해 이삿짐 정리
- 업체 알아보기, 호출, 소통
- 고생 많으셨습니다!
- 이런 짐 임시로 놓을 공간 없을까? 소형 창고좀 알아봐 줘. 가격도...
- 이런 이런 곳이 있습니다.
- 비싸서 안된다구요... 네. (돈 쓰는 데 너무 인색하다)
- 공구박스 정리
- 회사 비품 조사 (노트북은 지금 몇 대 있는지, 키보드는 몇 대 있는지, HDMI 케이블은 몇 개 있는지...)
- 이전 프로젝트에서 사용했던 다양한 비품들 중고나라에 등록하기
- 연락오면 거래하기 (당근마켓 빌런이 생각보다 개무서움;;)
- 돈을 받았다! 끄렇따면 이쪠 떄표님께 송금. 이거 쓰다가 쉬프트 키가 안빠쪘는뗴 생각보다 미학적으로 예뻐서 냅둠.
- 어~ 우리가 이런 프로젝트에 쓸 물품이 필요해. 퀵 배송이 가능하고, 주문제작이 가능한 A라는 상품을 찾아 와.
- 우리가 프로젝터를 이용해서 이런 걸 할 거야~ 근데 그림자가 생기면 안된다.
- 이걸 좁은 공간에 활용해서 어떻게 투사할지 기획을 해 오거라. 이제부터 네가 PM이다. (?????)
필요한 비품을 수요 조사하고, 관리하는 일은 원래 계시던 분들께서 다 하시던 일이었는데, 자잘한 업무는 이제 내가 맡게 된 셈이다. 그게 잘못된 건 아닌데, 역시 이게 메인이 되니까 ... 첫 월급 이후 현타가 정말 극심했다. 그나마 하게 되는 디자인 역시 위에 있는 움짤같은 상황이 많이 연출되어서... 물론 안 중요한건 아니지만, 그게 전부가 되면 안된다고 보았는데, 이대로는 정말 안된다고 느꼈다.
또한 앞서 말한 70의 일 역시, 결국은 이 부분때문에 울화통이 터지거나 갈등을 빚게 되었는데, 애초에 자연적으로 불가능한 부분 혹은 자본이 없이는 불가능한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든 크리에이티브한 너의 정신을 활용해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의 논리로 무마가 되니 어이가 없는 부분이 많았다. 고 정주영 회장님도 아니고, '일단 해봐!'를 해봤는데 '그래도 안 됩니다' 면 다른 대안을 생각해야되지만 '안 되면 되게 하라!'를 주문하니... 돈을 조금만 더 쓰거나, 투자를 확실히 해서 물품을 구입을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이 되는 데도 불구하고 돈을 아껴야겠다는 이유로 말이다. 음... 좋지 못한 회사의 특징으로 그런게 있다고 한다. 건물이나 장비는 후줄근한데 오너의 차는 고오급 외제차라고... 테슬라가 차는 참 미래적이고 멋있더라. 골프채도 있었던 거 같은데 어떻게 거를 타선이 없이 다 들어맞았는지 모르겠다.
참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런 부분때문에 불가능하다'를 문서로 정리하여 보여드려도 자세히 읽기는 하시는 건지, 결국은 나중에 또 말이 달라져서 '예전에 했던 방향대로 다시 해보자', '고생한 건 알겠으나 이렇게 하기로 한 건 그냥 갈아 엎고 다시 이대로 하자' 식의 행동만 반복이 되고, 계속 무언가를 조립하고, 세우고... 사진이라도 보여주고 싶지만 정말 보여줄 수 없는게 한이다. 굳이 간접적으로 말하자면 위 이미지에 있는 파이프와 같은 것들을 활용해 어떤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데, 가볍고 신속한 방법이 있음에도 결국 내가 생각하던 방향과 정반대로 무겁고, 불편하고, 돈은 돈대로 드는 방향으로만 갔다. 또 그런 불편한 상황에 맞추어 새로 아이디어를 짜내야 한다. 나만의 생각이기는 했지만 이게 정말 맞는 방향인지에 대해 조심스레 고민을 나눠봤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디자인과 거리가 먼 부분'임은 동일했다.
위에 있던 움짤의 '마우스 커서'에 대응하는 부분이 바로 '나'가 되었다고 보면 된다.
또한 내가 프로젝트 매니저, 즉 PM에 대응하는 역할도 있다고 강조하신다. 모든 프로젝트를 총괄...? 쓰레기, 그러니까 비유적인 의미의 쓰레기가 아니라 '객관적인 현상으로서 세계에 대응하여 존재하는 쓰레기'를 물리적으로 치우는 PM... 아니 뭐... 사실 이걸 왜 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매니저를 하라는 것도 말이 안되고, 내가 생각하는 PM의 의미와 조금은 다르신 듯 했지만... 인력이 부족한 회사니 이런 비극이 벌어지는 게 아닌가 싶었다. 너무 불평불만만 하는 것 같지만, 그동안 군소리를 안하고 시키는 대로 다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닌 건 정말 아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퇴사 결심을 하게 된 일이 터진다. 이 이벤트는 오늘을 기준으로 벌써 1달이 다 되어가는 일인데, 당연히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나도 사람이니 지친다. 안 그래도 일에 대해서 자잘한 불만과 의아함이 느껴졌는데, 저녁 6시 이후 잔업이 있게되자 대표와 맨 투 맨으로 일을 하게 됐다. '너 요즘 왜 이리 피곤해 보이냐, 잠좀 자고 다녀라...' 등 부터 시작해서, (여기 나오려고 공부하다보니 잠을 못 잡니다...) '왜 이리 열정이 없냐' '정신 좀 차려보자' 등등 육두문자만 없을 뿐 정신적인 피로를 백이면 백 다 받은 느낌이었다. 으악, 게임 속에서만 보던 정신 공격을 이렇게 당하다니... 지금 생각하기엔 워낙 갑작스레 벌어진 상황이라 녹음을 못한 게 천추의 한이다.
대표 : "글쓴아, 요즘 정신 머리가 왜 그러냐. 집중좀 해라."
나 : "죄송합니다.(이 때는 정말 좀 큰 죄 지은 줄 알았음...)"
대표 : "저녁에 잠을 못 자니? 왜 맨날 아침에 졸아. 몸 상태가 안 좋은거냐..."
나 : (침묵)
대표 : (이런저런 이야기, 훈계, 일의 중요성, 이걸 내가 해야만 하는 이유 등에 대해 긴 이야기...)
- 쏟아지는 포화에 -1 -1 -1 -1 ... 점진적 도트 대미지 입음 -
대표 : "언제까지 끝낼 수 있냐, 내일 정확히 몇 시까지인지 밝히고 그걸 지켜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밤 새워서라도 하라."
대표 : "대답하기 전까진 못 간다."
나 : "내일 두 시까지는 끝내 볼게요."
대표 : "약속은 꼭 지켜라."
부터 시작해서, 이대로는 안된다, 어떻게든 일을 완수하라 등...
참을 인 세 번이면 XX를 면한다라... XX 한 번이면 참을 인 세 번을 면한다. XX는 바로 퇴사.
일단 해봐야 아는 건데, 아니 사실 될 지도 모르는 일인데 그냥 땡깡땡깡..낑깡낑깡 처리 했다. 아침 7시에 출근을 해서 작업을 했으니 4시에 퇴근하는 게 목표였는데, 회의를 이유로 6시에 퇴근하니 뇌가 어두워졌다.
아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하나하나 반말 까는 것도 개 짜증남. 아무리 나이가 많고 적음의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서로 존칭을 쓰는게 맞지 않나?
~아, ~야, 야. ~하라. ~해라. ㅇㅋ. ~하셈. (진짜 이럼...)
진짜 밥맛 떨어짐.
애초에 혼자만의 인력으로는 해결이 안되는 것도 있고, 여러 명이 있어도 공간이나 자본의 한계가 있는 이상 불가능한 문제에 대해서 '내일까지 해결해, 안 그러면 주말에도 나와서 근무해야 한다. 밤을 새서라도 완성하라'(10시 넘으면 임금도 안 쳐준다 ^^;)를 주문하고 자리를 비우는 모습을 보며 이젠 의아함을 넘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잘라봐 ㅅ발!!!!!! ㅋㅋㅋㅋㅋㅋ 누가 손해인가, 난 실업급여 타고 개꿀이지.
퇴근 이후에는 엄마에게 전화를 바로 걸었다. 이 회사 당장 때려 치운다고. 그 날은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으니... 무인프린트샵에서 사직서를 인쇄한 후 근로기준법을 다 찾아보았다. 계약서부터 뭔가 문제가 있었다. 퇴사를 통보하려면 90일 전에 통보를 하고, 인수인계에 성실하게 임할 것. 이런 부분은 애초에 상위에 있는 근로기준법, 민법 등을 참조하면 말이 안된다. 퇴사는 '수리'가 아니라 '통보'이며 통보를 한 이상 근로자가 더 갑의 위치에 있다고 보면 된다. 수리를 안하더라도 애초에 수리가 필요한 부분이 아니니 30일 뒤에는 자동으로 효력이 발생해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는 주장도 말이 안된다. 뭐 그나마 다행이라면 '퇴직금을 연봉에 포함시킨다'같은 비상식적인 조항은 처음부터 이미 확인했으니 없었다.
찾아보니까 퇴사를 한 것을 빌미로 고소를 하는 사람도 정말 있더라... 상식을 벗어나는 사장도 꽤 많았다. 30일이면 정상적인 회사라면 이미 새로운 적임자를 구해 모든 후속 절차를 마치고 회사가 굴러가게끔 한다. 그냥 겁주기 용으로 으름장을 놓는 것이지, 퇴사를 마음 먹은 이상 이제 두려울 게 없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이미 퇴사를 통보한 상태이다. 퇴사를 결심하게 된 위의 계기가 있던 날에는 그 다음날, 주말에 출근해서 바로 자리에 사직서를 놓고 자리를 모두 정리하고 나올까 하던 생각도 들었지만, 적어도 도의적인 선에서 어느 정도 뒷일을 마무리하고 나오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이성은 지키는 게 맞으니까... 감정이 앞서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 되니까. 다만 그런 점을 참작하더라도, 그동안은 꾸역꾸역 해왔던 일이 알고보니 커리어가 꼬이는 일이었고, 어차피 다 알고 전공하게 된 디자인이지만 상식 밖의 박봉이 계속 이어질 수도 있다는 리스크를 모두 고려하자면 이 업을 계속 평생 하기에는 회의감이 많이 들었고, 열정도 잃은 상태였다. 고작 1년도 채 안 되어서 이렇게 패배주의적인 시각을 갖는 게 옳지 못할 수도 있지만, 마음을 먹은 이상 다른 행동으로 옮기는 것 역시 적절한 처세술이 아닐까? 과감하게 이미 내려놓을 준비는 모두 되었기 때문이다. 나를 밝히는 것에 대해 망설이는 건 없는 편이지만, 만약에 회사를 2년을 다녔는데 그동안 해왔던 일이 맨 앞에서 말했던 일들이라고 말하기에는 정말 쪽팔렸다.
이런 상황이라면 포트폴리오는 결국 나 스스로 만들어야한다. 퇴근을 하고 만드는 법도 있겠지만, 이렇다면 사이드 프로젝트라 해서 요즘 디자이너와 개발자 사이에 퇴근 이후 별도의 모임을 가진 뒤 스터디를 하는 방향도 있다. 찾아보니 이런 부분도 면접을 본다. 그리고 그 프로젝트를 통해 런칭한 서비스가 잘 된다는 보장도 없고, 기업의 방향성과 맞는다는 보장도 없다. 기업 하나하나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만든다... 내가 했던 디자인의 방향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예쁘게 만들 수는 있지만 그게 논리정연한 구조를 갖추는 건 혼자만의 인력으론 안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런 부분을 모두 만족해서 그럭저럭 무난한 직장에 가더라도, 지천명에 가까운 나이에 다가가기도 전에 내 목은 잘릴 수도 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제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고 나 스스로 삶을 꾸려나갈 생각을 하니 이건 정말 심각한 이슈였다. 그 나이면 우리 엄마도 돌봐야 하고, 책임질 일이 한둘이 아닐 것인데 갑자기 신세처량한 사람이 된다면...? 너무 끔찍하다.
저당 하니 생각나는데... 저당 Mortage의 어원을 보면 죽음, Mortal의 Mort-/Mor-가 있다.
예전엔 생각도 못했던 진로를 찾게 됐다. 사실 이건 지금에 와서야 든 생각이 아니라, 첫 월급을 받은 직후 그동안 했던 활동을 떠올려보며 든 생각이다. 이 돈을 받고만 일할 것인가? 돈이 전부는 아니라지만, 이건 그동안의 기회비용을 생각하자면 아니다 싶었다. 고시원에 처음 들어갈 땐 '저 시험 준비하는 학생 아니에요!'를 말했는데 정말 시험을 준비하게 됐다. 회사를 다니면서 바로 점프할 준비를 해야겠구나, 안 그러면 잔인한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겠구나... 내가 정말 순진했구나.
작가, 글쓰기, 기자... 내가 관심을 가져왔던 다른 진로도 당연히 있다. 근데 운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들인 노력에 대응하여 확실한 성과가 있는 활동을 찾고 싶었다. 시험에 도전해볼까? NCS를 준비해 공기업? 그렇다기에는 약간은 재능을 타는 것 같고, 예전에 어쩌다 풀어본 NCS 모의고사를 떠올려 보자면 이건 내가 하면 정말 개ㅈ된다는 것을 느꼈다... 내 영역이 아니다. 흔히 말하는 리트나 5급 행시 등에 있는 논리퀴즈같은 문제도 드럽게 못 푼다... 요령이 있기야 하겠지만 도전을 하더라도 내가 충분히 승산이 있을 법한 도전을 하는게 승부사 아니겠는가!
그냥 일단 서점에 가보기로 했다. 가까운 서점이면 종로타워에 종로문고가 있으니...
문제집의 내용을 읽어보았다. 9급 공무원 행정법총론, 선재국어, 공단기 브랜드... 뭐... 이것저것... 내용을 찬찬히 읽어보고, 독해의 수준을 보니 이건 내가 못할 것이 아니었다. 당연히 수능보다 어려운 어휘도 많이 나오고, 치졸한 문제 유형도 많고, 지문 유형 역시 100% 깔끔한 건 아니었지만 공부를 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가장 마지막으로 열심히, 치열하게 공부했던 수능과 비교하면 다른 부분이 정말 많았지만, 시험의 방향에 맞추어 나를 바꾸면 된다. 일단 부딪쳐 보자!
9급 공무원의 임금이 낮은 것도 알고, 직무 역시 힘든 점이 정말 많고, 퇴직률이 높은 것도 안다. 하지만 적어도 내 자리가 사라질까봐 불안한 일은 없을 것이고, 그게 핵심이자 본질이다. 계속 포트폴리오를 보강해가며 불확실한 자리를 보전하며 공부는 공부대로 하고, 임금은 임금대로 박봉이고, 스타 디자이너가 되기에는 내가 밑천이 부족하다고 현실적인 판단을 전부 내린 상태였다. 이젠 정말 낙장불입!
책을 바로 주문했다. 무게가 보통이 아니었다. 페이지 역시 개념서만 다 합해도 5000페이지가 넘어갔다. 기출문제집도 5000페이지가 된다. 인강을 일단 듣지는 않고 혼자서 돌파해보고, 영 아니다 싶으면 인강을 듣기로 했다. 일단 해 본다. 지금으로서 가장 확실하게 할 수 있는 것이었고, 진도가 느려보일 수는 있지만 방향만큼은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는 생각이 든다. 교착 상태에 머무르는 일은 없기를...
보통은 고시, 전문직, 공무원 등 큰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을 보면 직장을 뛰쳐나와 도전한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이유는 조금 알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첫직장이 이렇게 좀 어설프고 '하자(?)'가 많다고 하더라도 이런 전환의 계기를 바로 만들어준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조금이나마 나은 여건의 직장에 들어갔다면 이런 생각 자체를 안 했을지도 모른다. 역시 사람 살아나가는 길은 정말 한치 앞도 모르는 건가! ㅋㅋㅋㅋ 사실 이 시리즈 자체가 왜 디자인만 바라보던 사람이 깜빡이도 없이 (...) 이렇게 급선회 유턴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소명하는 자리같다.
나는 아직 어린 사람이지만, 조금이라도 빠른 판단을 내릴 필요는 있어보였다. 이건 나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나를 가까이하는 사람을 위해서도... 내가 누군가에게 의존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도 누군가를 위해 베풀 줄 알고, 하루하루 연명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조금은 안위를 얻고자 하는 것이다. 독해질 때가 드디어 온 것이다.
- 4편에서는 공부를 시작하는 과정, 공부 중간 후기 등을 올려보자.
* 그리고 정말 중요한 얘기인데, 내일채움공제가 아직도 안 이뤄지고 있다!
나는 정규직 전환이 된지 어언 3개월 차, 다른 신입 분들은 4개월, 5개월을 앞두고 있는데... 정규직 확인 및 갱신이 필요한 상황에서 서류 확인 및 제출만 하면 된다. 하지만 모든걸 총괄하는 대표는 회사 업무, 문서 작성 및 제출 등이 우선이라는 이유로 기본적인 인사 문제도 해결이 안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소기업 직장인에게는 실질적인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정말 빛과 소금같은 제도임에도, 소기업이라 손해볼 것이 하등 없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것도 회사를 뛰쳐나오게 된 주요 계기 중 하나, 다신 이런 문제로 스트레스받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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